Kverse

케니의 인사이트

투자 아이디어, 시장 메모, 도구 업데이트 — 운영자가 직접 기록합니다. 각 도구의 계산 방법은 이용 가이드에 있습니다.

2026-08-30

13F 추정 수익률은 어떻게 계산되나 — 그리고 왜 실제 펀드 성과와 다른가

/13f 의 수익률 비교 탭에는 버핏부터 드러켄밀러까지 구루들의 분기 수익률이 벤치마크와 나란히 표시됩니다. 이 숫자는 펀드가 발표한 공식 성과가 아닙니다. 분기마다 공시되는 보유 스냅샷에서 역산한 추정치입니다. 운용사 대부분은 실제 수익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으므로, 공시에서 역산하는 이 방식이 외부인이 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접근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계산되는지, 무엇을 놓치는지, 그런데도 왜 쓸모가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계산 원리는 단순합니다. 연속한 두 분기 보고서에 모두 등장하는 종목만 골라, 평가액을 주식수로 나눈 분기말 단가의 변화율을 구하고, 이를 직전 분기 평가액 비중으로 가중 평균합니다. 여기에 세 가지 안전장치를 둡니다. 주식수가 정수배로 변했고 보정 후 수익률이 정상 범위에 들어오면 주식 분할로 보고 단가를 보정합니다. 분할을 놓치면 멀쩡한 종목이 4분의 1 토막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종목당 분기 수익률은 -90%에서 +300% 사이로 잘라 개별 파싱 오류가 전체를 오염시키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두 분기에 겹치는 종목이 직전 평가액의 30%에 못 미치면 그 분기는 계산하지 않고 비워 둡니다. 포트폴리오를 대부분 갈아치운 분기의 추정치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추정이 구조적으로 놓치는 것이 네 가지 있습니다. 첫째, 분기 중 매매입니다. 스냅샷 두 장 사이의 거래는 보이지 않으므로, 분기 초에 팔았다가 말에 되산 종목도 내내 들고 있던 것으로 계산됩니다. 둘째, 배당입니다. 단가 변화만 반영하므로 배당 재투자가 빠져, 고배당 포트폴리오는 실제보다 낮게 추정됩니다. 셋째, 숏 포지션과 옵션, 해외 상장·비상장 자산입니다. 13F는 미국 상장 롱 포지션 중심이므로, 헤지 비중이 큰 펀드일수록 추정과 실제의 거리가 멀어집니다. 넷째, 자금 유출입과 보수입니다. 실제 펀드 수익률은 보수 차감 후의 금액가중 수익률이지만, 이 추정에는 보수도 없고 신규 자금이 들어와 종목을 늘렸는지 기존 이익으로 늘렸는지의 구분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긋나는 방향은 한쪽이 아니라 스타일에 따라 갈립니다. 소수 종목을 수년씩 들고 가는 집중 장기 보유형은 근사가 꽤 잘 맞습니다. 반대로 평균 보유 기간이 분기보다 짧은 고회전 퀀트나 롱숏 헤지펀드는 수익의 대부분이 스냅샷 사이에서 발생하므로, 추정치는 사실상 별개의 숫자입니다. 수익률을 읽기 전에 그 구루의 회전율과 스타일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이 추정이 유용한 이유는 잣대가 하나라는 데 있습니다. 벤치마크인 SPY와 QQQ도 특별 취급하지 않고, 구루들이 실제 보유한 해당 ETF의 분기말 내재 단가(중앙값)로 같은 방식의 분기 수익률을 만듭니다. 같은 자로 재면 자의 왜곡은 상당 부분 상쇄되므로, 절대 수치보다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과 구루 간 상대 순위, 시계열의 일관성을 읽는 용도로는 충분합니다. /13f 수익률 비교 탭은 의원단을 제외한 구루 74인(시총 상위 10종목을 기계적으로 담는 가상 벤치마크 Kenny Kim 포함)의 분기 시계열을 이 방식으로 제공합니다. 절대 수익률과 vs S&P500, vs NASDAQ100 보기를 전환할 수 있고, 각자의 트랙레코드 기준 연평균 기하수익률(CAGR)을 함께 보여 줍니다. 기간을 직접 지정하거나 행을 클릭해 선택한 기간의 기여·부진 종목까지 내려가 볼 수도 있습니다. 13F 공시 자체의 한계는 /guide/13f 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숫자를 보기 전에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것이 순서입니다.

#미국주식#13F#교육
2026-08-30

공시 더미에서 투자 포인트를 기계로 고르는 법

장이 열리는 날마다 전자공시 시스템에는 수백 건의 문서가 쌓입니다. 지점 설치, 주주총회 소집, 정정 신고, 각종 안내 같은 절차성 공시가 대부분이고, 투자 판단을 실제로 바꾸는 공시는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그 일부를 사람이 매일 전부 읽어 골라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screener 메인의 '투자 포인트 공시' 블록은 이 선별을 기계에 맡긴 결과물입니다. 공시 제목을 키워드 규칙과 대조해 태그를 붙이고, 성격에 따라 세 가지 톤으로 나눕니다. 첫째, 호재성입니다. 단일판매·공급계약은 매출로 직결되는 수주라서 대표적인 호재성 공시입니다. 다만 태그 옆에 '계약 금액이 최근 매출 대비 몇 %인지가 핵심'이라는 확인 포인트를 함께 답니다. 연 매출의 1%짜리 계약과 절반에 이르는 계약이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자사주 취득은 회사가 자기 돈으로 자기 주식을 사는 행위라 신호로서 무게가 있고, 규모와 기간을 함께 보라고 안내합니다. 무상증자와 배당, 신규 시설투자도 이 묶음인데, 시설투자는 투자 금액 못지않게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가 확인 대상입니다. 둘째, 리스크·희석입니다. 유상증자는 주주가치를 희석하므로 목적(시설·운영·채무상환)과 할인율을 확인하라는 힌트가 붙습니다.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는 잠재 물량이라 전환가와 리픽싱 조건이 관건이고, 감자 결정 중 무상감자는 결손 보전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사주 '처분'은 취득과 반대로 물량 출회이고, 최대주주의 주식 담보 제공은 반대매매 시 경영권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횡령·배임, 감사의견, 거래정지, 소송, 회생·파산 같은 중대 리스크는 규칙 목록의 맨 앞에 둡니다. 거래정지 공시 제목에 수주 관련 단어가 섞여 있어도 위험 쪽으로 먼저 분류되도록 대조 순서를 설계한 것입니다. 셋째, 주목입니다. 제목만으로는 방향을 알 수 없는 공시들입니다. 임원·주요주주 소유상황 보고가 대표적인데, 대표이사의 장내매수라면 책임 있는 자리의 사람이 자기 돈을 거는 강한 신호지만, 스톡옵션 처분이라면 정반대의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이 태그의 힌트는 분류가 아니라 '열어 확인하세요'입니다. 5% 대량보유 보고는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인지 경영참여인지가 갈림길이고, 최대주주 변경은 인수 주체와 자금 출처가 핵심입니다. 타법인 주식 취득이나 영업양수, 합병·분할도 여기에 속합니다. 태그가 붙는다고 전부 메인에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특허권 취득이나 액면 변경처럼 상대적으로 경미한 공시는 지난 내역의 필터에서만 쓰고, 메인 블록에는 판단에 유의미한 것만 올립니다. 매일 보는 화면이 소음으로 채워지면 선별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올릴지만큼 무엇을 뺄지를 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한계도 분명합니다. 이 분류는 어디까지나 제목 기반입니다. '[기재정정]' 같은 접두어는 지우고 대조하지만, 같은 제목 아래 전혀 다른 내용이 담길 수 있습니다. 계약 상대와 기간, 해지 조건, 증자의 실제 규모와 배정 방식 같은 것은 제목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판단이 필요한 태그에는 확인 포인트 문구를 함께 달고, 각 항목에서 공시 원문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기계 분류는 읽을 순서를 정해주는 도구이지 판단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태그는 입구이고, 최종 판단은 언제나 원문에서 하시기 바랍니다.

#국내주식#교육#공시
2026-08-30

구루들이 방어적으로 변할 때 — 13F 순매수압력과 레짐 게이트

13F 보고서로 구루의 개별 종목을 따라가는 방법은 여러 번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반대 방향의 질문입니다. 구루 한 명이 아니라 추적 대상 전체가 한 분기 동안 얼마나 사고 얼마나 팔았는지를 하나의 숫자로 압축하면, 집단이 공격적인지 방어적인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저희 백테스트 엔진이 쓰는 순매수압력 신호가 그 시도입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분기마다 전체 구루의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을 모아 (매수−매도)/(매수+매도)를 구합니다. 신규 편입은 편입 금액 전체를 매수로, 기존 종목의 확대·축소는 변동 주식수에 당시 단가를 곱해서, 전량 청산은 직전 분기 평가액 전체를 매도로 집계합니다. 전원이 팔기만 하면 -1, 사기만 하면 +1이 되는 금액가중 지표입니다. 2013년 2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 53개 분기를 계산해 두었습니다. 이 숫자로 레짐 게이트를 만듭니다. 압력이 +0.2를 넘으면 주식 비중 100%, -0.2에서 +0.2 사이 중립이면 80%, -0.2 아래로 떨어지면 60%까지 줄이고 남는 돈은 무수익 현금으로 둡니다. 이벤트형 클론 전략은 -0.2 아래에서 신규 진입 자체를 중단합니다. 게이트를 켜면 성적이 어떻게 변할까요. 컨센서스 전략은 연복리 18.9%가 15.5%로 내려가는 대신 최대낙폭이 -32.7%에서 -30.1%로 줄었습니다. 혼합 전략은 27.6%→22.9%, 낙폭 -34.4%→-30.4%. 유입×모멘텀 전략은 35.2%→29.7%로 수익을 크게 내주는 대신 낙폭 -45.5%→-38.1%, 최악 4분기 손실 -31.5%→-25.8%로 개선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샤프비율입니다. 혼합 0.83→0.83, 컨센서스 0.76→0.74, 순수 모멘텀은 0.57→0.58로 오히려 소폭 오릅니다. 게이트는 초과수익을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수익과 낙폭을 함께 깎는 리스크 조절 다이얼에 가깝습니다. 실측에서 드러난 뜻밖의 사실도 있습니다. 13년간 압력이 -0.2 밑으로 내려간 분기가 한 번도 없습니다. 최저치는 2016년 1분기의 -0.175입니다. 가장 강한 방어 단계는 발동된 적이 없고, 그래서 클론 전략은 게이트를 켜나 끄나 성적이 완전히 같습니다. 2022년 약세장에서도 구루 집단은 +0.209, +0.418로 오히려 순매수였습니다.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대형 운용사들의 집계라 구조적으로 매수 쪽에 기울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정직한 해석입니다. 53개 분기 중 46개가 중립 밴드였으니, 게이트를 켠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항상 주식 80%로 운용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근본적인 한계는 지연입니다. 13F는 분기말 후 45일이 제출 마감이라, 어느 분기의 압력 값은 그 마감이 지나야 확정됩니다. 2020년 1분기의 값 +0.02는 5월 중순에야 알 수 있었는데, 그때 3월의 급락은 이미 끝나고 시장은 반등 중이었습니다. 구루들의 저점 매수를 보여준 2020년 3분기의 +0.458도 11월에야 확인됩니다. 이 신호는 급락을 피하게 해주는 예보가 아니라, 폭풍이 지나간 뒤 구루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려주는 사후 확인에 가깝습니다. /13f/backtest 페이지에 레짐 게이트 토글을 두었습니다. 전략별로 게이트 적용·미적용 성적을 직접 비교해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가장 최근인 2026년 2분기 압력은 +0.278로, 게이트 규칙을 적용하면 주식 비중 100% 구간에 해당합니다. 다만 이 값 역시 45일 지연을 품은 숫자라는 점을 함께 기억하시면 됩니다.

#13F#백테스트#리스크 관리
2026-08-30

2026년 2분기 13F 브리핑 — 상장 첫 분기에 14명이 새로 담은 SpaceX

미국 기관투자자의 2026년 2분기(6월 30일 기준) 13F 공시가 마감됐습니다. 케니버스 집계에 잡힌 제출은 67명입니다. 분기마다 저는 신규 편입부터 봅니다. 기존 보유를 조금 늘리는 데는 관성이 섞이지만, 포트폴리오에 없던 종목을 새로 담는 것은 리서치와 내부 심사를 통과한 제로베이스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여러 구루가 같은 분기에 같은 종목을 새로 담았다면 무게는 더 실립니다. 이번 분기 이야기의 축은 SpaceX(SPCX)입니다. 올해 2분기에 상장해 이번 공시에 처음 등장했는데, 상장 후 첫 보고 분기 만에 67명 중 14명이 신규 편입으로 잡혔습니다. 댄 로브(Third Point), 체이스 콜먼(Tiger Global), 필리프 라퐁(Coatue)부터 베일리 기포드, 캐시 우드, 데이비드 테퍼, 켄 그리핀까지 성향이 전혀 다른 운용사들이 한 명단에 섰고, 줄이거나 정리한 구루는 없습니다. 다만 해석에는 한 겹이 필요합니다. 13F의 신규는 보고 대상에 처음 등장했다는 뜻이라, 상장 전부터 들고 있던 지분이 상장과 함께 통째로 잡히기도 합니다. 론 배런의 SpaceX 비중이 단숨에 37.4%로 찍힌 것이 그 흔적입니다. 그래도 코투 6.5%, 베일리 기포드 8.0% 같은 비중까지 겹쳐 보면 방향 자체는 분명합니다. SpaceX 다음으로는 AMD 8명, 세레브라스(CBRS) 7명, CME그룹·페덱스 프레이트(FDXF)·네비우스(NBIS) 각 6명이었습니다. 세레브라스는 코투(비중 3.2%)와 타이거 글로벌(2.8%)이 앞장섰고, CME는 세스 클라먼이 2.5% 비중으로 담은 점이 눈에 띕니다. 네비우스는 론파인의 스티븐 만델이 7.2%,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6.1%로, 머릿수는 적어도 비중이 굵직합니다. 몇 명이 샀는지와 함께 각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얼마를 차지하는지를 같이 봐야 확신의 강도가 읽힙니다. 페덱스 프레이트는 명단의 결이 흥미롭습니다. 바이킹의 안드레아스 할보르센(1.0%)과 게이츠 재단(0.5%)에 프라임캡, 트위디 브라운까지, 성장과 가치 양쪽 진영이 같은 분기에 나란히 들어왔습니다. 확대 쪽 상위는 아마존(14명)·메타(13명)·마이크로소프트(13명)였지만, 줄인 쪽도 각각 17명·15명·17명으로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알파벳은 클래스A 기준 13명이 늘리고 18명이 줄였는데(전량매도 1명 포함), 같은 분기에 워런 버핏은 클래스A를 2,450만 주 넘게 추가해 비중을 9.4%까지 올렸습니다. 브로드컴은 축소·전량매도가 15명이고 드러켄밀러와 댄 로브는 아예 정리했습니다. 대형 기술주는 이제 한 방향 컨센서스가 아니라 구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구간입니다. 개별 구루 중에는 버핏의 분기가 특히 읽을 거리였습니다. 알파벳 외에도 델타항공을 1,750만 주 추가하고 레나·뉴욕타임스·메이시스를 늘린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023만 주를 덜어내고 크로거·앨라이·캐피털원을 줄였으며 컨스틸레이션 브랜즈는 전량 매도했습니다. 주택과 항공을 채우고 은행 지분을 일제히 줄인 그림입니다. 끝으로 시차 주의입니다. 이 데이터는 6월 30일 보유분이고 제출은 대부분 8월 중순이었습니다. 한 달 반가량의 지연이라 지금은 이미 판 포지션일 수 있고, 매수 단가도 공시에 없습니다. 13F는 매매 신호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출발점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구루별 상세 보유와 분기 변화는 13F 메뉴(/13f)에서, 이런 신호를 규칙으로 만들었을 때의 장기 성과 검증은 백테스트(/13f/backtes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주식#13F#분기브리핑
2026-08-30

백테스트를 정직하게 하는 법 — 13F 백테스트에 적용한 다섯 가지 규율

백테스트는 숫자를 좋게 만드는 방법이 무수히 많은 작업입니다. 체결 시점을 조금 앞당기고, 비용을 빼고, 사라진 종목을 조용히 지우고, 수십 가지 변형 중 이긴 것만 보여주면 어떤 전략이든 그럴듯해집니다. 13F 백테스트(/13f/backtest)를 만들면서 지키려 한 다섯 가지 규율을 정리합니다. 좋은 성적을 자랑하려는 글이 아니라, 백테스트라는 물건을 어떻게 의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첫째, Point-in-Time입니다. 13F 공시는 분기말로부터 45일 뒤에야 제출이 마감됩니다. 흔한 실수는 분기말 가격으로 체결을 가정하는 것인데, 그 시점에는 시그널 자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저희 엔진은 마감일 이후의 첫 주간 종가로 체결합니다. 45일 지연을 그대로 먹는 셈입니다. 구루별 가중치 같은 보조 지표도 그 시점까지의 롤링 값만 쓰고, 미래 성적은 쓰지 않습니다. 둘째, 거래비용입니다. 모든 매매에 편도 0.2%를 수수료와 슬리피지의 근사로 부과합니다. 분기 리밸런싱이라 회전이 잦은 편은 아니지만, 비용 없는 백테스트와의 차이는 십여 년 복리로 쌓이면 무시할 수 없습니다. 셋째, 생존편향입니다. 가격 데이터에는 살아남은 종목만 남습니다. 상장폐지 종목을 빼고 계산하면 성적이 부풀려집니다. 엔진은 상폐 종목을 마지막 확인 가격으로 청산 처리하고 그 규모를 공개합니다. 최신 데이터 기준으로 시그널에 등장한 438개 종목 중 384개의 가격을 확보했고, 54개는 누락, 상폐 마지막가 청산은 6건입니다. 피인수 상폐는 마지막가 청산이 대체로 공정하지만 파산 상폐는 과대평가된다는 한계까지 화면에 그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넷째, 다중검정의 정직성입니다. 가장 은밀한 왜곡은 변형을 수십 개 돌려 보고 이긴 것만 내놓는 일입니다. 파라미터 탐색을 100회, 200회 단위로 돌렸고, 트레일링 스톱·핫핸드·변동성 타게팅을 포함한 43개 변형을 전부 기각했으며 그 기록을 남겼습니다. 채택 기준은 특정 값 하나가 이겼는지가 아니라 이웃 파라미터까지 함께 통과하는 고원인지입니다. 성적이 기준을 넘어도, 이긴 스타일을 알고 나서 고른 사후선택 부분집합은 제외했습니다. 다섯째, 벤치마크와의 정직한 비교입니다. 결과 화면은 각 전략을 같은 구간의 SPY·QQQ, 그리고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벤치마크 곡선에 겹쳐 보여주고, 겹치는 구간에서 셋을 모두 이겨야만 통과로 표시합니다. 지는 전략도 그대로 둡니다. 신규편입 클론(ST-01)은 연 7.0%로 같은 기간 지수에 크게 뒤지고, 기본 화면 기준으로 10개 전략 중 절반은 같은 구간의 QQQ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기는 쪽에서는 유입×모멘텀(ST-16)이 연 35.2%에 최대낙폭 -45.5%, 샤프 0.76이고, 모멘텀·유입 혼합(ST-17)이 연 27.6%에 최대낙폭 -34.4%, 샤프 0.83입니다. 다만 유입 필터 없는 순수 모멘텀 대조군도 연 29.1%여서, 초과수익의 상당 부분이 모멘텀 자체에서 온다는 점 역시 화면에 밝혀 두었습니다. 이 다섯을 다 지켜도 백테스트는 결국 과거의 기록일 뿐입니다. 그래도 규율을 지킨 과거와 지키지 않은 과거는 다릅니다. 다른 곳의 백테스트를 보실 때도 같은 체크리스트를 권합니다. 체결 시점은 언제인가, 비용은 얼마를 뺐는가, 상폐 종목은 어떻게 처리했는가, 시도한 변형은 몇 개였는가, 벤치마크와 같은 구간에서 비교했는가. 다섯 질문에 답이 없는 백테스트라면 숫자가 아무리 좋아도 걸러 읽는 편이 안전합니다. /13f/backtest 에서 전략별 곡선과 커버리지 수치를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3F#교육#백테스트
2026-08-30

우리가 버린 전략들 — 백테스트 기각 카탈로그

백테스트 페이지(/13f/backtest)에는 살아남은 전략 몇 개만 올라갑니다. 그 뒤에는 훨씬 긴 기각 목록이 있습니다. 세 차례의 파라미터 탐색에서 결과 파일에 남은 변형만 272개이고, 그중 실제 전략 변경으로 이어진 것은 한 줌입니다. 오늘은 그 목록에서 '그럴듯해 보였지만 실측에서 탈락한' 아이디어 네 가지를 꺼내 봅니다. 수치는 모두 2014년 8월 이후 주간 시뮬레이션 기준입니다. 첫째, 역발상 눌림목 매수입니다. 기관 매수가 몰린 종목 가운데 최근 12개월 수익률이 가장 낮은 쪽을 사는 변형 — '좋은 종목을 더 싸게'라는 직관입니다. 실측은 연복리 1.8~4.0%, 최대낙폭 -63~-65%, 샤프 0.10~0.15로 272개 중 최하위였습니다. 같은 후보군에서 모멘텀 상위를 사는 채택 전략이 35.0%였으니, 정렬 방향 하나가 30%p 넘게 갈랐습니다. 애초에 실패를 예상하고 넣은 대조군이었지만 격차의 크기가 교훈입니다. 기관이 샀더라도 떨어지는 중인 종목은 계속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데이터의 답입니다. 둘째, '성과가 성과를 예측한다'는 믿음의 가족입니다. 롤링 3년 성과 상위 구루의 보유 종목을 사는 핫핸드 변형은 채택 전략 대비 -29%p로 기각됐습니다. 구루의 과거 초과성과로 매수 신호에 가중치를 주는 열두 개 변형도 연 6~14%에 그쳤습니다. 방향을 뒤집은 성과 스위칭 — 전략 자신이 손실을 내면 한 분기 현금으로 쉬는 규칙 — 역시 발동 조건 세 가지(직전 분기 손실, 2분기 연속 손실, -10% 초과 손실) 모두에서 원본(35.0%)보다 낮은 21.4~29.3%에 머물렀습니다. 과거 성과는 다음 분기를 예측해 주지 못했고, 쉬어간 분기가 반등 구간과 겹친 결과로 읽힙니다. 셋째, 위험관리 오버레이입니다. 트레일링 스톱은 -6.8%p, 변동성 타게팅은 사실상 무효였습니다. 낙폭을 줄여줄 것 같은 장치들이지만, 분기 단위로 리밸런싱하는 전략에서 스톱은 반등 직전에 파는 장치가 되기 쉬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낙폭 관리는 결국 오버레이가 아니라 '어떤 종목을 몇 개 들고 갈 것인가'에서 결판이 났습니다. 넷째, 컨빅션 증가 추종입니다. 구루들이 보유 비중을 크게 늘린 종목을 사는 아홉 개 변형이 전부 연 16.7~21.6%로, 채택 전략에 13%p 이상 뒤졌습니다. 13F의 비중은 가격이 오르기만 해도 저절로 커지는 데다 45일 지연 공시라, '확신 증가'라는 신호는 대체로 이미 지나간 상승의 그림자였습니다. 교훈은 개별 사례보다 목록 자체에 있습니다. 272개를 돌리면 우연만으로도 좋아 보이는 변형이 반드시 나옵니다. 다중검정 문제입니다. 그래서 채택 문턱을 수익률 1등이 아니라 '이웃 파라미터가 함께 통과하는 고원, 거래비용 스트레스, 벤치마크 전승'으로 두고, 성장주 부분집합처럼 수익 기준을 넘어도 이긴 스타일을 알고 고른 사후선택인 것은 제외했습니다. 최근 유일하게 채택된 변경도 매수 기관 임계를 2→3→4로 올릴 때 성과가 -9.3p→-0.1p→+2.5p로 단조 개선되는 구조를 확인한 뒤였고, 샤프가 0.64에서 0.71로 좋아지는 대신 최대낙폭이 -38.8%에서 -43.5%로 커진다는 사실까지 화면에 그대로 적었습니다. 살아남은 전략의 수치를 믿을 수 있으려면 버린 전략의 기록이 함께 남아 있어야 합니다. 백테스트(/13f/backtest)가 보여주는 몇 줄의 곡선 뒤에는 이렇게 조용히 묻힌 272개의 흔적이 있고, 그 흔적이 남은 곡선의 신뢰도를 만듭니다.

#13F#백테스트#교육
2026-08-30

아파트 실거래가 데이터, 그대로 믿으면 생기는 세 가지 착시

아파트 실거래가는 부동산 데이터 가운데 신뢰도가 높은 축에 듭니다. 국토교통부가 공공데이터포털을 통해 무료로 공개하는 공식 자료이고, 실제 체결된 계약이 신고를 거쳐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세형 API는 해제 여부와 거래유형, 법정동까지 담고 있어 원천 데이터로서 품질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받아 처리해 보면, 구조를 모른 채 요약 숫자만 읽을 때 생기는 착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세 가지를 정리합니다. 첫째, 해제거래입니다. 실거래 신고가 된 뒤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세형 API 응답에는 이를 위한 해제신고일 필드가 따로 있어서, 해제된 건에는 해제일이 기재됩니다. 문제는 이 건들이 데이터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해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집계하면, 실제로는 체결되지 않은 계약이 그 단지의 최고가나 최근 거래가로 남습니다. 유독 높은 가격에 신고됐다가 조용히 해제된 건이 상단에 남아 있으면, 중앙값과 추세 판정이 그만큼 오염됩니다. 그래서 저희 수집 코드는 해제일이 기재된 거래를 집계에 넣기 전에 제외합니다. 실거래 데이터를 직접 다루신다면 이 필드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둘째, 신고 지연입니다. 이 데이터의 날짜는 신고일이 아니라 계약일입니다. API 응답에 계약 연·월·일이 각각 필드로 들어 있고, 조회 단위 자체가 시군구별 계약 월입니다. 그런데 신고는 계약 후 30일 이내에만 하면 되므로, 오늘 새로 공개된 실거래가 실제로는 한 달 전에 체결된 계약일 수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최근 한 달 치 통계는 항상 미완성입니다. 같은 계약월을 며칠 뒤 다시 조회하면 건수가 늘어나 있는 것이 정상이고, 이번 달 거래량이 급감했다는 식의 해석은 신고 기한이 다 지나기 전까지는 이르기 쉽습니다. 저희도 같은 달을 매일 반복 수집해 뒤늦게 신고된 건을 계속 반영하는 구조를 씁니다. 덧붙이면 강남구처럼 거래가 많은 시군구는 한 달 거래가 1,000건을 넘기도 합니다. 저희처럼 한 페이지에 1,000건씩 끊어 받는 구조에서는 페이지를 끝까지 넘기지 않으면 뒷부분이 영영 누락됩니다. 지연과 누락 모두 최근 통계를 실제보다 작아 보이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셋째, 평균가 해석입니다. 실거래 데이터는 건별로 전용면적, 층, 법정동, 건축년도가 모두 다른 개별 계약의 묶음입니다. 같은 단지라도 어느 달에는 소형 평형 저층이, 다음 달에는 대형 평형 고층이 거래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단지 단위로 뭉뚱그려 평균을 내면, 개별 가격이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평균가가 오르내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거래 구성이 바뀐 것뿐인데 시세 변화로 읽는 착시입니다. 최소한 같은 전용면적끼리 묶어 비교하고, 층 편차까지 감안해야 의미 있는 비교가 됩니다. 한 달 거래 건수가 적은 단지일수록 한두 건의 구성 차이가 평균을 크게 흔들어 이 왜곡은 더 커집니다. 세 가지 모두 데이터가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거래가는 계약일, 해제 여부, 전용면적, 층까지 건별로 담고 있는 좋은 원천 데이터이고, 착시는 이 구조를 생략한 채 평균 한 줄만 볼 때 생깁니다. 해제 건을 걸렀는지, 날짜가 계약일 기준임을 감안했는지, 평형과 층을 맞춰 비교했는지 — 이 세 가지만 확인해도 같은 데이터에서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교육#데이터
2026-08-30

데이터 청소가 수익률을 만든다 — 13F 백테스트에서 만난 두 가지 함정

13F 백테스트(/13f/backtest)를 만들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은 전략 아이디어가 아니라 데이터였습니다. 그럴듯한 수익률 곡선이 나왔다가, 뜯어보니 데이터 오염이 만든 신기루였던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두 가지 함정을 기록해 둡니다. 먼저 배경입니다. 13F 공시는 분기말로부터 45일 안에 제출되고, 종목별 평가액과 주식 수가 실립니다. 평가액을 주식 수로 나누면 그 분기의 내재 단가가 나오고, 여러 기관의 보유 변화를 모으면 컨센서스 랭킹이나 자금 유입 같은 시그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원천 데이터가 백테스트용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첫 번째 함정은 주식 클래스 이중계상입니다. 같은 회사가 복수의 주식 클래스로 상장돼 각각 별도 종목으로 공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GOOG와 GOOGL이 그렇습니다. 클래스를 병합하지 않으면 컨센서스 랭킹에서 한 회사가 두 슬롯을 차지합니다. 상위 10개를 뽑는 전략이라면 실제로는 9개 회사에 분산한 셈이 되고, 그 회사의 비중은 의도치 않게 두 배가 됩니다. 매수 기관 수를 세는 유입 전략에서도 같은 왜곡이 생기므로, 기관 수는 반드시 클래스 병합 후의 명수로 세야 합니다. 해결의 열쇠는 CUSIP 코드에 있습니다. CUSIP 앞 6자리가 발행사 식별자이므로, 이 6자리가 같으면 같은 회사로 묶고 평가액이 가장 큰 클래스의 티커로 통일하면 됩니다. 두 번째 함정은 역분할 아티팩트입니다. 자금 유입 후보를 모멘텀으로 재정렬하는 전략에서, 13F의 내재 단가로 12개월(4분기) 모멘텀을 계산했더니 LITE라는 종목이 +63,000% 수익률로 최상위에 올라왔습니다. 실제 수익이 아닙니다. 역분할을 하면 주식 수가 줄고 내재 단가는 그 배수만큼 뛰는데, 분할 감지가 없으면 이 점프가 그대로 모멘텀으로 잡힙니다. 이런 가짜 수익률이 랭킹 상위를 도배하면 전략은 사실상 최근 역분할한 종목 모음이 됩니다. 해결은 주식 수의 정수배 감지입니다. 같은 기관이 연속 두 분기 보유한 종목이라면 주식 수의 비율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이 정수배에서 ±2% 이내면 분할이나 역분할로 판정하고 단가 비율을 그 배수로 보정합니다. 여기에 기관별로 계산한 값의 종목별 중앙값을 취해, 개별 기관의 보고 오류가 섞여 들어오는 것까지 걸러냅니다. 덧붙이면 같은 검증 과정에서 인덱스 상품도 정리했습니다. SPY 같은 ETF는 특정 종목을 골랐다는 시그널이 아니므로 시그널 유니버스에서 제외했습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청소는 세 번이었던 셈입니다. 두 함정의 공통점은 백테스트 결과 화면만 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곡선은 매끈했고 수치는 그럴듯했습니다. 상위 종목 목록을 한 줄씩 열어 보고 나서야 이상함이 보였습니다. +63,000% 같은 극단값은 오히려 쉽게 들킵니다. 무서운 것은 클래스 이중계상처럼 조용히 비중을 왜곡하면서 눈에 띄는 극단값은 만들지 않는 오류입니다. 그래서 교훈은 하나입니다. 그럴듯한 백테스트 결과가 나왔을 때, 전략을 믿기 전에 먼저 데이터를 의심하십시오. 상위 종목을 직접 열어 보고, 극단값의 출처를 추적하고, 같은 회사가 두 번 세어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청소 작업이 수익률 숫자보다 먼저입니다. 13F 구루 추적(/13f)과 백테스트 탭(/13f/backtest)의 수치는 이 청소를 거친 뒤의 값입니다.

#미국주식#13F#백테스트#교육
2026-08-19

PER이 낮으면 싼 주식일까 — 밸류에이션 지표의 여섯 가지 함정

스크리너에서 PER 오름차순으로 정렬하면 맨 위에 2~3배짜리 종목들이 늘어섭니다. 전부 헐값에 방치된 보석일까요? 대부분은 이유가 있어서 쌉니다. 문제는 그 이유가 표 한 줄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낮은 PER을 그대로 믿기 전에 확인할 여섯 가지를 정리합니다. 첫째, 일회성 이익입니다. 부동산이나 자회사 지분을 판 해에는 순이익이 튀고 PER이 뚝 떨어집니다. 내년에는 사라질 이익입니다. 확인 방법은 단순합니다. 영업이익 기반 지표(POR 등)와 나란히 놓고 보는 것입니다. 순이익만 좋아졌는데 영업이익은 제자리라면 그 이익은 영업 바깥에서 온 것이고, 거기에 배수를 매기는 일은 의미가 없습니다. /screener 에서 PER과 영업이익 기반 지표를 같은 화면에 두고 두 값이 크게 어긋나는 종목을 걸러내는 것이 첫 번째 거름망입니다. 둘째, 경기순환의 꼭대기입니다. 조선·해운·철강·화학 같은 사이클 업종은 호황의 정점에서 이익이 최대가 되고 PER은 최소가 됩니다. "사이클 업종은 PER이 가장 낮을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는 격언이 있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불황 바닥에서는 이익이 쪼그라들어 PER이 수십 배로 보이거나 적자라 아예 계산되지 않습니다. 확인하려면 올해 숫자만 보지 말고 지난 몇 년의 이익 흐름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익률이 그 업종의 역사적 상단에 있다면 지금 이익은 정점 부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이익 급증이 만든 낮은 PER이라면, 그 이익이 유지될 수 있는가가 밸류에이션보다 먼저 던질 질문입니다. 셋째, 성장의 부재입니다. 이익이 매년 그대로라면 PER 5배는 정당한 가격일 수 있습니다. 시장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성장이 없어서 싼 것입니다. /screener 의 QoQ·YoY 성장률 열을 PER 옆에 두고 보면 "싸고 성장하는" 종목과 "싸고 멈춘" 종목이 갈립니다. 후자가 전자로 바뀌려면 회사 자체가 달라져야 하는데, 그런 변화는 숫자에 먼저 나타나지 않습니다. 넷째, 자산주 착시의 반대편입니다. 지주회사나 보유 부동산이 많은 회사는 PBR로는 싸 보여도, 그 자산이 주주에게 환원될 경로가 없으면 만년 저평가로 남습니다. 낮은 밸류에이션이 해소되려면 촉매가 필요합니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과 소각, 지배구조 변화 같은 것들입니다. 촉매 없는 저PBR은 몇 년을 들고 있어도 그대로일 수 있으니, 회사가 실제로 환원을 늘려온 이력이 있는지를 공시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섯째, 연환산의 왜곡입니다. 분기 이익에 4를 곱해 만든 연환산 PER은 계절성 업종에서 크게 어긋납니다. 빙과 회사의 3분기, 학습지 회사의 1분기를 연환산하면 실제보다 훨씬 싸 보입니다. 같은 회사라도 어느 분기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배수가 두세 배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절성이 있는 업종이라면 그 값이 최근 4개 분기를 합산한 이익으로 계산된 것인지, 한 분기를 단순히 네 배로 늘린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여섯째, 업종 간 직접 비교의 무의미함입니다. 은행의 한 자릿수 PER과 소프트웨어 회사의 수십 배 PER을 나란히 놓고 앞쪽이 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 규제, 이익의 변동성, 성장 여력이 전혀 다른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PER 비교는 같은 업종 안에서, 비슷한 사업 구조끼리 할 때만 정보가 됩니다. 전 종목을 한 줄로 세운 순위표는 출발점으로만 쓰고, 실제 판단은 동종 그룹 안에서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정리하면, 낮은 PER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왜 싼가에 대한 답이 일회성 이익, 사이클 정점, 성장 정체, 촉매 부재, 연환산 왜곡, 업종 특성 중 어디에 있는지 하나씩 지워가는 과정이 밸류에이션의 실제 작업입니다. /screener 로 후보를 좁힌 뒤 이 여섯 가지를 체크리스트처럼 대보면, 싸 보이는 종목과 실제로 싼 종목을 구분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국내주식#교육#밸류에이션
2026-08-19

증권사 컨센서스,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 평균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스크리너 곳곳에 등장하는 "컨센서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낸 실적 추정치의 평균입니다. 유용한 기준선이지만, 이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편향을 품고 있는지 알고 써야 합니다. 먼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애널리스트 각자가 판매량·단가·환율·원가 같은 자기 가정으로 모델을 돌려 숫자를 내고, 이렇게 나온 추정치들을 데이터 집계 기관이 모아 평균을 낸 것이 우리가 보는 컨센서스입니다. 즉 컨센서스는 시장이 합의한 미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정들의 산술적 평균일 뿐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 왜곡이 생깁니다. 하나는 모수의 문제입니다. 추정 기관이 2~3곳뿐인 종목은 한 곳만 수치를 바꿔도 평균이 크게 흔들립니다. 여러 기관이 촘촘히 추정하는 대형주와 두어 곳이 가끔 갱신하는 소형주는 같은 '컨센서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신뢰도가 전혀 다릅니다. 다른 하나는 갱신 시차입니다. 오래전에 낸 추정치가 갱신되지 않은 채 평균에 남아 있으면, 업황이 급변한 뒤에도 컨센서스는 한동안 과거를 가리킵니다. 평균만 보지 말고 추정치들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도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퍼짐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전망이 갈린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구조적 편향입니다. 애널리스트의 매도 의견은 드뭅니다. 기업과의 관계, 정보 접근 같은 구조적인 이유로 부정적 전망은 '중립' 의견이나 목표주가 하향, 혹은 커버리지 중단이라는 완곡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커버리지의 개시와 중단도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새 커버리지는 대체로 업황이 좋아 보이는 종목에 붙고, 조용한 커버리지 중단은 비관적 추정치를 평균에서 슬쩍 빼는 효과를 냅니다. 그래서 컨센서스는 실제 눈높이보다 다소 낙관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럼 어떻게 쓰는 게 실용적일까요. 절대값보다 방향입니다. "컨센서스 대비 +5%"라는 한 시점의 서프라이즈보다, 추정치 자체가 최근 몇 달간 오르고 있는지가 더 힘이 셉니다. 추정치 상향이 이어지는 종목은 애널리스트들이 실적을 뒤따라가며 숫자를 올리는 중이라는 뜻이고, 하향이 이어지는 종목은 그 반대입니다. 같은 상향이라도 여러 기관이 나란히 올리는 경우와 한 곳이 크게 올려 평균을 끌어올린 경우는 무게가 다르니, 모수가 적은 종목일수록 몇 곳이 바꿨는지까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스크리너(/screener)의 추정 상향/하향 Top이 이 방향을 추적합니다. 어닝 서프라이즈도 상대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발표 직전까지 추정치가 줄줄이 내려온 끝에 낮아진 눈높이를 겨우 넘은 것과, 눈높이가 계속 올라가는 와중에 그마저 넘어선 것은 같은 서프라이즈율이라도 무게가 다릅니다. 발표 직후에는 대사도 필요합니다. 잠정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아 보여도 공시 표기 차이나 일회성 항목 때문일 수 있어, 저희는 확정 실적 데이터가 집계되면 발표치와 자동 대조해 보정하고 의심스러운 수치는 보류합니다. 마지막으로 컨센서스가 없는 종목입니다. 커버리지는 거래가 활발한 대형주 위주로 형성되므로, 컨센서스 부재는 나쁜 종목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직 조명이 닿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런 종목은 비교 기준을 시장의 눈높이 대신 회사 자신에게 둡니다. 지난 분기, 작년 같은 분기와의 비교와 같은 업종 내 상대 위치가 눈높이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잠정실적 우수 랭킹에서 컨센서스 보유·미보유를 따로 나누는 것도 이 때문이고, 미보유 쪽에서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은 커버리지가 새로 붙으며 재평가되기도 합니다. 요약하면 컨센서스는 "시장의 눈높이가 어디쯤인가"를 재는 자입니다. 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느 쪽으로 휘어 있는지 알고 쓰되, 눈높이가 움직이는 방향만큼은 놓치지 마세요. 컨센서스가 있는 종목에서는 그 방향을, 없는 종목에서는 회사 자신의 궤적을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국내주식#교육#컨센서스
2026-08-18

13F를 오독하는 다섯 가지 방법 — 공시가 말하지 않는 것들

슈퍼투자자 13F 페이지(/13f)를 운영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오독을 다섯 가지로 정리합니다. 13F는 대형 운용사의 보유 내역을 분기마다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창이지만, 무엇을 담지 않는지를 모르면 담긴 것마저 잘못 읽게 됩니다. 첫째, 시점을 잊는 것입니다. 13F는 분기가 끝난 뒤 45일 안에만 제출하면 됩니다. 공시를 확인하는 시점에는 이미 최소 45일, 분기 초에 매수한 종목이라면 최대 4개월 반 전의 포트폴리오입니다. "버핏이 이번 주에 샀다"가 아니라 "버핏이 늦어도 몇 달 전에 샀(었)고, 지금은 이미 팔았을 수도 있다"로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13F는 단기 매매 신호로는 쓸모가 없고, 같은 종목을 몇 분기째 들고 있는지, 비중을 늘려 왔는지 줄여 왔는지를 보는 장기 추적에 적합합니다. 둘째,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것입니다. 13F에 담기는 것은 미국 상장 증권의 롱 포지션 중심입니다. 공매도는 보고 대상이 아니고, 채권·해외 상장 주식·비상장 지분도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종목을 롱으로 들고 있으면서 파생상품으로 헤지 중이어도 공시에는 롱만 나타나므로, 겉보기와 실제 방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13F는 "포트폴리오의 전부"가 아니라 "공개 의무가 있는 일부"입니다. 특히 롱숏 전략을 쓰는 운용사일수록 이 간격이 큽니다. 셋째, 비중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유명 매니저가 A를 신규 매수"라는 소식만 보면 강한 확신처럼 들리지만, 운용 규모에 비하면 시험 삼아 담은 소액 포지션인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어떤 운용사에는 최대 보유 종목이고 어떤 운용사에는 목록 맨 아래 한 줄입니다. Kverse 13F 페이지가 평가액과 함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표시하는 이유입니다. 신규 편입 헤드라인보다 비중 상위 종목의 증감이 보통 더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운용 규모 자체의 추이도 함께 봐야 합니다. 공시 평가액의 변화에는 성과와 자금 유출입이 섞여 있어서, 보유 수량이 그대로인데 평가액만 줄었다면 매도가 아니라 주가 하락입니다. 넷째, 두 장의 스냅샷 사이를 직선으로 잇는 것입니다. 13F는 분기말 잔고의 사진이라, 분기 중에 샀다가 판 왕복 매매는 아예 기록되지 않습니다. 두 분기 수량이 같아도 그 사이에 아무 일이 없었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또 수량 변화만 보고 매매를 단정하면 주식 분할을 대량 매수로 오독하게 됩니다. 수량이 4배가 됐는데 평가액이 그대로라면 분할입니다. 물타기와 분할은 수량만으로는 구분되지 않아서, Kverse는 수량 변화율이 분할 비율과 일치하고 평가액이 유지되면 분할로 인식해 매수로 집계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추정 수익률을 실제 성과로 믿는 것입니다. Kverse는 74인의 공시 보유 종목으로 분기별 수익률을 추정해 SPY·QQQ와 나란히 보여 줍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배당이 반영되지 않고, 분기 중 매매도, 공시되지 않은 자산도 빠져 있습니다. 해당 매니저의 실제 펀드 성과가 아니라 "공시된 종목 바구니가 그 기간 어떻게 움직였는가"로 읽어야 하며, 백테스트(/13f/backtest)의 계산도 같은 한계 위에 서 있습니다. 다만 시장 지수와 같은 기준으로 나란히 계산해 두었기 때문에, 절대 성과보다는 상대 비교와 스타일 파악 용도로는 충분히 쓸 만합니다. 정리하면, 13F는 결론이 아니라 질문의 출발점입니다. Kverse는 2012년부터의 분기 데이터로 75인을 추적하고, 같은 회사가 여러 표기로 나오는 문제(접미사, 복수 티커)를 정리해 보유 이력이 끊기지 않게 관리합니다. 위의 다섯 가지 한계를 염두에 두고 "무엇을 몇 분기째, 어느 비중으로 들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 13F를 제대로 쓰는 방법입니다. 자세한 방법론과 한계는 이용 가이드(/guide) 13F 편에 있습니다.

#13F#미국주식#방법론
2026-08-18

잠정실적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 자동 대사와 보류 게이트

실적 시즌이면 스크리너(/screener)에 잠정실적 카드가 하루 수십 장씩 쌓입니다. 이 카드의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운영자가 실제로 겪은 문제와 대응을 공개합니다. 잘못 잡힌 숫자 하나가 정렬과 랭킹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잠정실적이 무엇인지부터 짚습니다. 잠정실적은 회사가 결산을 확정하기 전에 자체 집계한 수치를 공정공시로 먼저 알리는 속보입니다. 외부 감사인의 감사나 검토를 거치기 전의 숫자라서, 이후 사업보고서·분기보고서에 실리는 확정 실적과 다를 수 있고 실제로 정정 공시가 뒤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분기의 실적이 두 번 발표되는 셈인데,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쪽은 언제나 잠정치입니다. 빠른 대신 덜 다듬어진 값이라는 성격을 전제로 읽어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전달 과정에 있습니다. 잠정실적 공시는 기본 서식이 있긴 하지만 표에 담기는 항목 구성과 표기 방식이 회사마다 제각각이라, 자동 수집 과정에서 파싱이 어긋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전형적인 유형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금융지주의 표입니다. 일반 제조업과 손익 구조 자체가 다른 데다, 순이익과 지배주주순이익이 나란히 병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결 순이익에는 자회사의 비지배지분 몫까지 섞여 있어 주주 입장에서 봐야 할 값은 지배주주순이익 쪽인데, 어느 행을 집어야 하는지가 표마다 다릅니다. 실제로 금융지주처럼 비표준 표를 쓰는 회사에서 수치가 크게 어긋난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둘째, 연결과 별도의 혼동입니다. 어떤 회사는 연결 기준으로, 어떤 회사는 별도 기준으로 잠정치를 냅니다. 자회사 실적이 포함되는지에 따라 규모가 크게 달라지므로, 별도 기준 발표치를 연결 기준의 과거 데이터와 비교하면 실제로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실적이 급변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공시 제목에서 별도·개별 여부를 읽어 비교 기준을 맞춥니다. 셋째, 비표준 표 구조입니다. 당기와 누적을 병기하거나 열 순서와 단위 표기가 제각각인 표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뒤바뀌거나 단위가 어긋난 값이 잡히기도 합니다. 파서를 아무리 고쳐도 새로운 변형은 계속 나옵니다. 그래서 파서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 매달리는 대신, 틀린 값이 들어와도 걸러지고 결국 바로잡히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안전장치는 두 겹입니다. 첫째, 자동 대사입니다. 확정 실적이 공개된 재무 데이터에 반영되면 저장해 둔 발표치와 자동으로 대조하고, 어긋난 값은 확정치로 교체한 뒤 성장률과 영업이익률 같은 파생 지표를 다시 계산합니다. 확정치가 잡힐 때까지 갱신 주기마다 재시도합니다. 같은 카드의 숫자가 며칠 뒤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인데, 틀린 값을 계속 보여주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보류 게이트입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비정상적이거나, 발표치가 전분기와 극단적으로 어긋나거나, 두 항목에 같은 값이 들어가 있는 식으로 파싱 오염이 의심되는 공시는 수치를 아예 표시하지 않고 우수 실적 랭킹에서도 제외합니다. 이후 확정치와 대조가 되면 그때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틀린 숫자보다 빈칸이 낫다는 원칙입니다. 읽는 쪽의 주의도 남습니다. 카드의 연환산 PER·POR은 이번 분기 실적에 4를 곱한 단순 계산이라, 계절성이 강한 업종(조선 기자재, 학습지, 빙과 등)에서는 크게 왜곡됩니다. QoQ와 YoY를 나란히 두는 이유입니다. 컨센서스 대비는 증권사 추정치 평균과의 차이일 뿐이고, 추정치가 집계되지 않는 중소형주는 따로 분류해 보여줍니다 — 컨센서스가 없다는 것 자체가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잠정실적 카드는 속보이지 결산서가 아닙니다. 빠른 대신 두 번 걸러 읽어야 하고, 저희는 그 거름망을 자동 대사와 보류 게이트라는 형태로 시스템에 심어 두었습니다. 카드의 숫자가 비어 있거나 며칠 뒤 바뀌어 있다면 오류가 아니라 이 장치가 작동한 흔적으로 읽어 주시면 됩니다.

#국내주식#잠정실적#방법론
2026-08-18

감사보고서로 비상장 기업을 읽는 법 — 3만 9천 개 회사의 재무가 공개되어 있다

상장사만 재무가 공개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비상장 기업도 일정 규모를 넘으면 외부감사를 받습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자산·매출·부채·종업원 수 같은 규모 요건을 정해 두고 있어서, 기준을 충족한 회사는 회계법인의 감사를 거친 재무제표를 감사보고서로 DART에 제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회사가 홍보용으로 골라서 낸 숫자가 아니라 독립된 감사인이 검증한 재무제표라는 점이 이 자료의 가치입니다. Kverse 비상장 인사이트(/dart)는 이렇게 공개된 감사보고서를 39,335개 회사분 수집해 상장사와 같은 방식으로 조회할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쓸모 있는 장면은 이런 것들입니다. 상장 준비 기업의 최근 실적 추이 확인, 이직을 고민 중인 회사의 매출과 이익 규모 파악, 거래처의 지급 여력 점검,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아이비엠 같은 외국계 법인의 한국 매출 확인. 관심 상장사와 같은 업종의 비상장 경쟁사가 어느 규모인지 가늠하는 용도로도 쓸 수 있습니다 — 상장사 쪽은 스크리너(/screener)에서 같은 문법으로 조회됩니다. 감사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감사의견입니다. 수집된 회사 기준으로 적정의견이 34,281곳, 한정의견 2,547곳, 의견거절 2,319곳, 부적정의견 38곳입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적정의견은 '좋은 회사'라는 뜻이 아닙니다.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작성되었다는 확인일 뿐, 실적이나 재무 건전성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실제로 적정의견을 받은 회사 중 11,019곳이 순손실을 냈고, 11,551곳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습니다. 1,701곳은 적정의견이면서도 계속기업 관련 불확실성 — 회사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에 유의하라는 감사인의 언급 — 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거꾸로 한정·부적정·의견거절은 감사인이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왜곡을 발견했다는 뜻이므로, 드물게 나오는 만큼 강한 경고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의견 확인 다음에는 숫자를 봐야 합니다. 저는 세 가지를 순서대로 봅니다. 첫째,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가. 비상장 기업은 주가가 없으니 밸류에이션 대신 사업 자체의 방향을 매출 증감률로 확인합니다. 둘째, 영업현금흐름이 이익과 같은 방향인가. 순이익은 흑자인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면 외상 매출이 쌓이고 있거나 이익의 질이 낮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셋째, 부채의 구조. 부채비율 총액만이 아니라 차입금이 얼마인지, 자산이 담보로 잡혀 있는지까지 봐야 실제 재무 부담이 보입니다. /dart의 기업 카드는 이 항목들을 같은 자리에 배치했고, 자본잠식(3,384곳)·자본취약(856곳) 같은 경고도 별도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다만 한계를 알고 써야 합니다. 비상장 기업은 분기·반기 공시가 없어 재무가 1년에 한 번 갱신되고, 감사보고서는 결산 후 수개월 뒤 제출되므로 화면의 최신 연도는 대체로 직전 회계연도입니다. 감사보고서의 숫자는 '지금의 회사'가 아니라 '가장 최근 결산 시점의 회사'라는 전제로 읽어야 합니다. 외부감사 대상이 아닌 소기업은 애초에 자료가 없습니다 — '검색 결과 없음'은 부실이 아니라 공시 의무가 없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상장 기업은 회계 정책 선택 폭이 넓어 상장사만큼 엄밀한 회사 간 비교가 어렵습니다. 수집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감사보고서의 재무제표 표기는 회사마다 제각각이라, 매출 계정명이 다르거나 계정에 번호가 붙어 있거나 매출이 0인 지주회사 같은 변형을 규칙으로 하나하나 처리해야 했습니다. 재무가 통째로 비어 있던 회사를 전수 조사해 보니 3,600곳이 넘었는데, 파싱 규칙을 보강해 그중 2,000곳 이상을 복구했습니다. 나머지는 원문의 재무제표가 이미지 형태로만 실려 있어 텍스트로 추출할 수 없는 경우였습니다. 각 기업 카드에서 감사보고서 원문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요약 수치는 출발점으로 쓰시고, 중요한 판단은 반드시 원문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비상장#DART#가이드

← Kverse 홈